뽀송뽀송한 머릿결 사이로 드러난 두피와 늘어진 피부 위에 눈에 띄는 점은 화려한 머리 장식으로도 감출 수 없고,
물결치는 세월의 흔적은 타이트한 코르셋도 막지 못한다.
추악한 공작부인 (1513년)
누가 왜 이 여자를 화폭에 넣었을까요? 그녀는 어떤 사연을 안고 살았을까요?
두 폭으로 완성된 남녀 초상화는 벨기에 안트베르펜 화가 Quinten Massys(1466-1530)의 작품이다. 현재 여성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있고 남성은 개인 소장품이라 함께 전시된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이런 귀중한 장면을 보여준 것이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무료 기획전.
1513년의 노인
중세 부르고뉴 귀족 여성들이 착용한 각진 모양의 여성 머리 장식처럼 남성들도 스타일리시한 모자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여성이 기괴한 가상의 캐릭터 같다면 남성은 그 당시 존재했을 중년처럼 보이고 한눈에 커플로 보이는 작품이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그로테스크한 노처녀의 별칭은 고급스러운 의복에 어울리게 못생긴 ‘공작부인’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 한 인물인지 전해지지는 않습니다.그의 탄생은 의외의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손끝, 발명가로도 유명한 이 이탈리아 화가는 민속 우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다빈치의 오리지널 드로잉은 분실됐지만 동시대 화가들과 후배들까지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따라 그려 남겼다. 매시스의 페인팅도 당시 떠돌던 다빈치의 드로잉 사본을 토대로 그려진 것으로 짐작한다. 어쩌면 다빈치와 마시스는 동시대를 살았으니 서로 잘 알고 편지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고 직접 만났을 수도 있다.다·우이은치가 그린 웃기는 할머니 버전은 당대의 왕실 사교계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그래서 그녀를 개인으로 보는 것보다는 늙은 여성들의 대표, 당시의 사회에서 폐경기에 접어든 나이 든 여성을 어떻게 바라본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올해 초 영국인 전업 주부가 반려 개와 산책을 나가서 실종된 사건에 대해서 격렬한 갱년기 증상을 호소했다 그녀가 자살한 것, 갱년기에 의해서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서 살해된 것 등, SNS에 떠도는 추측성 이야기가 실제 경찰 브리핑보다 더 많이 보도됐다.이 사건으로 갱년기 여성은 넉넉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강에 몸을 던질수록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사람으로 그려졌다.이어 팬데믹 동안 의료 시스템에서 소외된 갱년기 여성의 돌출 행동이 더 많이 생긴다는 출처 불명의 통계가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드러났다.16세기도 21세기도 나이 든 여성의 격렬한 감정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간주된다.모리스 댄스 위드 더 소시지 우먼, 모노그래미스트 S.E. (1480년대)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카니발 공연 중 위와 같은 외설적인 퍼포먼스의 여자 주인공은 남자를 대신해 진행했다. 자연스러운 중년 여성의 모습일 리 없는 여장 남성은 ‘못생긴 여성’의 기준이 됐고, 여성은 갱년기를 지나 수염이 나고 성욕이 폭발해 젊은 남성을 유혹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최근 영국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임신 소식을 전하자 더욱 센세이셔널하게 퍼진 소식은 그녀의 연하 파트너가 20대라는 사실이었다. 70세가 넘은 할리우드 남자 배우들이 딸보다 어린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봤다는 소식이 잇따르면서 그들의 열정적인? 인생이 축하될 때 임신한 중년 여배우는 묘하게 일그러진 언론의 어조를 견뎌야 했다. 16세기나 21세기나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가는 당당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럭저럭이다.에라스무스, 1523년 한스 홀바인 더 영 (1497년/8년-1543년)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조차 저서 우신예찬에 여성에 대한 풍자를 적나라하게 남겼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허리처럼 애교를 부려 거울을 떠나지 못하는 여성”, “시든 가슴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시기적으로는 마시스가 에라스무스의 글을 읽고 그림으로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1520년경의 노부부 Jan Gosaert마시스의 추악한 공작부인이 실제로 벌인 13세기 이탈리아의 부유했던 작은 도시국가 상속녀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얼굴은 알 길이 없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는 늙고 못생겨야 했습니다. 부모 밑에서 자라 시집가는 젊은 여성이 아니라 아버지의 권력과 재산을 물려받아 누리는 당당한 여성은 중세의 대중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위 부부의 초상화처럼 여성은 남편의 왼쪽 뒤에 위치해 많이 숨기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 부부의 초상화와 정반대에 위치한 공작부인과 남성은 달라진 권력의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 소문에 설득력을 더했다.다빈치로부터 시작된 ‘미운 여자’의 이미지는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대중의 심리에 파고들었고, 추한 외모의 탐욕스러운 마녀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레드퀸을 묘사한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다빈치의 드로잉을 차용했다. 이름만 여왕이고 레드퀸도 악녀, 여성이 중장년층이 되면 불만이 많고 독하게 변한다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듯 말이다.오늘날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뻔한 그림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전시가 넘치는 런던, 옳고 그름을 따져 비난하거나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오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이렇게 미술관 안으로 끌고 들어가 다정하게 묻는다. 과연 오늘의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The Ugly Duchess: Beauty and Satire in the Renaissance, 16 March – 11 June 2023>[네이버 인플루언서] 여성 예술가들의 4편 잊혀진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을 보여줍니다.in.naver.com[네이버 인플루언서] 여성 예술가들의 4편 잊혀진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을 보여줍니다.in.naver.com[네이버 인플루언서] 여성 예술가들의 4편 잊혀진 근현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을 보여줍니다.in.naver.com